
" 미국에서는 의학보다 ‘건강 과학(Health Science)’이라는 단어를 주로 씁니다. 분야를 구분하지 않고 생명과 건강을 다루는 연구와 의료를 하기 때문이죠. "
미국 국립보건원(NIH)의 대규모 알츠하이머 연구에서 한국인 대상 프로젝트를 총괄하는 이혜옥(70) 뉴욕대(NYU) 간호학 교수의 말이다. 4100만 달러(약 579억 원)가 투입되는 이번 대규모 연구에는 16개 대학팀이 참여하는데, 이 교수가 이끄는 프로젝트에는 신경과 의사, 하버드 의대 교수도 합류했다.
간호사 출신 의과학자인 그는 중앙일보와 인터뷰에서 “제가 미국에 올 때만 해도 ‘메디컬’(의학·의료)이란 단어가 많았는데 이제는 병원명에도 메디컬 대신 ‘헬스’가 들어간다”며 “‘건강 과학’이라는 범주 안에 의학·치의학·간호학·약학·유전학 등 각 분야가 전문성을 인정받으며 수평적으로 연구를 하기 때문에 일의 적임자라면 누가 연구를 이끌더라도 이상한 일이 아니다”라고 설명했다.
이 교수는 1976년 조선대 간호대 졸업 후, 한국에서 8년간 임상 간호사로 일하다가 1984년 미국으로 건너갔다. 간호사로서 전문성을 키우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. 그는 UC 샌프란시스코에서 간호학 박사 학위를 받으면서 건강 연구의 길로 들어섰다. 이 교수는 “의학은 질병의 진단과 처방이 중점이고, 간호학은 환자의 병리적 증상을 완화하는 처치가 중심인 분야”라며 “서로 다른 전문성을 가진 만큼, 연구에서도 강점이 다르다”고 했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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이 교수는 미국에서도 10년간 임상에 있었지만, 연구가 적성에 맞았다고 한다. 올해 70세로 은퇴 연령을 넘겼지만, 뉴욕과 말라위를 오가며 말라위에서 자궁경부암을 근절하는 데 힘을 보태고 있다. 그는 인터뷰 전에 다녀온 말라위 출장에서 낙상으로 뼈가 부러지는 사고도 겪었지만 세상에 도움이 되는 연구가 즐겁다고 했다.
이 교수는 “저 자신도 노년 그룹에 속하기 때문에, 알츠하이머 집단 연구에 깊이 들어갈 수 있다는 점을 장점이라고 생각한다”고 말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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